“누가 먼저 시작했니?”라고 묻기 전에 이렇게 말해 보세요. “지금은 누가 나쁜지 정하는 것보다 모두가 안전해지는 게 먼저야. 잠깐 떨어져서 숨을 고른 뒤, 선생님이 한 명씩 이야기를 들을게.” 학생 간 갈등 중재 대화법의 출발점은 성급한 판정이나 강제 사과가 아니라 안전 확보와 공정한 경청입니다. 아래 순서와 문장은 교실에서 다툼이나 오해가 생겼을 때 바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학생 간 갈등과 학교폭력은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서로 비슷한 힘을 가진 학생들이 한 번의 오해나 의견 차이로 말다툼한 상황이라면 학생 갈등 중재와 회복적 대화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반복되는 괴롭힘, 힘의 뚜렷한 불균형, 신체적 폭력, 협박, 보복 우려, 성적 괴롭힘, 차별·혐오 표현, 심각한 정서적 피해가 보인다면 일반적인 중재 자리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에게 상대와 마주 앉거나 사과를 받아 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둘 다 잘못했겠지”라고 책임을 반씩 나누는 것도 위험합니다. 미국 정부의 괴롭힘 관련 학생 지원 안내도 괴롭힘은 동등한 힘을 가진 당사자 사이의 일반 갈등이 아니며, 갈등 해결이나 또래 중재를 적용하거나 대면을 강제하면 피해 학생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판단이 모호하면 중재부터 시작하지 말고 기록을 남긴 뒤 학교의 학생생활규정과 학교폭력 대응 절차에 따라 관리자, 상담교사, 담당 부서에 알리세요. 이 글은 일상적 갈등을 다루는 대화 가이드이며 구체적인 사안의 법률·행정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갈등이 발생한 직후 교사가 해야 할 5단계
1단계: 안전을 확보하고 감정을 낮춥니다
밀치기나 물건 던지기처럼 즉시 위험이 있으면 행동을 멈추게 하고 학생 사이에 거리를 둡니다. 주변 학생을 이동시키고 필요한 지원을 요청하세요. 목소리는 낮고 문장은 짧게 유지합니다. “지금은 서로 떨어져 있을게요. 다친 곳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흥분한 학생에게 곧바로 설명이나 반성을 요구하지 말고 물 마시기, 조용한 자리에서 호흡하기, 믿을 만한 어른과 머물기 중 가능한 방법을 고르게 하세요.
2단계: 학생을 분리해 개별적으로 듣습니다
구경하는 친구들 앞에서 심문하지 말고 한 명씩 이야기할 공간을 마련합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네가 직접 본 일과 들은 말을 말해 줄래?”라고 묻고 답이 끝날 때까지 끼어들지 않습니다. 이어 “직접 확인한 것과 네가 짐작한 것을 나눠 볼까?”라고 물으면 소문과 사실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두 학생에게 같은 구조의 질문을 사용하되 답을 똑같이 만들려고 하지는 마세요.
3단계: 경험과 감정, 영향을 확인합니다
“그때 몸과 마음이 어땠니?”, “그 말이나 행동 때문에 무엇이 달라졌니?”,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무엇이니?”처럼 한 번에 하나씩 질문합니다. “속상했구나. 선생님이 들은 내용을 정리하면, 별명을 들었고 친구들이 웃어서 교실에 들어오기 싫어졌다는 뜻이 맞니?”처럼 학생의 표현을 짧게 되돌려 주세요. 교사가 감정을 단정하거나 “그 정도로 왜 화를 내니?”라고 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4단계: 함께 이야기할 준비가 되었는지 판단합니다
각 학생에게 공동 대화의 목적과 규칙을 설명하고 참여 의사를 따로 확인합니다.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들을 수 있겠니?”, “불편하면 멈춤을 요청할 수 있어. 지금 같이 이야기할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까?”라고 물으세요. 한쪽이 두려워하거나 거부한다면 불성실하다고 판단하지 말고, 교사가 두 학생 사이에서 말을 전달하는 방식이나 개별 대화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5단계: 합의와 점검 시간을 기록합니다
합의는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기”보다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씁니다. 예를 들면 “쉬는 시간에 놀림성 별명을 쓰지 않는다”, “빌릴 때 먼저 허락을 구한다”, “문제가 생기면 맞대응하지 않고 담임에게 알린다”입니다. 누가 무엇을 언제부터 할지, 교사가 언제 확인할지 함께 적고 학생이 이해한 내용을 다시 말하게 합니다.

학생 간 갈등 중재 대화법에 쓰는 중립적 질문
좋은 질문은 자백을 받아내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이 사건, 감정, 영향, 필요, 다음 행동을 차례로 정리하도록 돕는 틀입니다. 영국 Devon County Council의 학교 관계적 실천 지침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는지, 누가 영향을 받았는지, 회복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피는 질문 구조를 제시합니다. 이를 한국 교실에 맞게 다음처럼 짧게 바꿔 쓸 수 있습니다.
사실을 확인할 때
- “지금 확인하고 싶은 것은 누가 나쁜지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야.”
- “가장 먼저 있었던 일부터 차례대로 말해 줄래?”
- “네가 직접 본 행동과 들은 말은 무엇이니?”
- “그 전에 있었던 일 중 선생님이 알아야 할 것이 있을까?”
감정과 영향을 들을 때
- “그 일이 있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니?”
- “그 말이나 행동이 너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니?”
- “지금 안전하게 지내려면 무엇이 필요하니?”
- “상대의 말을 듣고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니?”
책임과 다음 행동을 찾을 때
- “네가 한 행동 가운데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 “같은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어떤 약속이 필요할까?”
- “불편해진 관계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 “선생님이나 반 친구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하니?”

학생 둘을 함께 앉힐 때의 실제 대화 순서
공동 대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 먼저 “한 사람씩 말하기, 모욕적인 표현을 쓰지 않기, 사실과 추측을 구분하기, 불편하면 잠시 멈추기”를 합의합니다. 교사는 심판이 아니라 대화의 속도와 안전을 관리하는 진행자입니다.
교사: “오늘 목적은 누가 이기는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있었던 일과 영향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정하는 거예요. 먼저 민준이가 말하고 서연이는 끼어들지 않고 들어 주세요. 다음에는 순서를 바꾸겠습니다.”
학생 1: “제가 만든 것을 허락 없이 가져가서 화가 났어요.”
교사: “허락 없이 가져갔다고 느껴 화가 났군요. 학생 2는 방금 들은 내용을 자기 말로 짧게 확인해 줄래요?”
학생 2: “자기가 만든 걸 제가 말 없이 가져가서 화났다는 말이에요.”
교사: “맞게 들었나요? 이제 학생 2의 이야기를 같은 방식으로 듣겠습니다.”
양쪽 이야기가 끝나면 공통으로 원하는 결과를 찾습니다. “두 사람 모두 물건 때문에 다시 다투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점은 같네요. 그러려면 다음 쉬는 시간부터 무엇을 다르게 할까요?” 합의가 나오면 “빌리기 전에 물어보고, 거절하면 돌려놓는다”처럼 행동으로 기록합니다.
사과는 강요하지 말고 회복 행동을 선택하게 합니다
“그냥 서로 미안하다고 하고 끝내자”는 빠르지만 학생이 영향과 책임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네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들은 대로 말해 볼래?”라고 묻고, 학생이 할 수 있는 회복 행동을 제안하게 하세요. 사과하기, 훼손한 물건을 정리하거나 복구하기, 잘못 퍼진 말을 바로잡기, 공간과 시간을 존중하기 등이 가능합니다.
초등학생에게는 문장 틀을 주면 좋습니다. “내가 ___해서 네가 ___한 것을 알았어. 다음에는 ___할게.” 다만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학생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특정 표현을 따라 하게 하지 않습니다. 진심 없는 즉석 사과보다 안전한 행동 변화가 우선입니다.
갈등 중재에서 피해야 할 말과 바꿔 말하는 방법
- “둘 다 똑같이 잘못했어.” 대신 “각자 어떤 행동을 했고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따로 확인할게.”
-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빨리 말해.” 대신 “가장 처음 기억나는 장면부터 차례로 말해 줄래?”
- “그냥 서로 사과하고 끝내자.” 대신 “다시 안전하게 지내려면 어떤 행동이 바뀌어야 할까?”
- “네가 예민해서 그런 거야.” 대신 “그 말이 너에게 어떻게 들렸는지 더 말해 줄래?”
- “친구들 앞에서 사실대로 말해.” 대신 “조용한 곳에서 한 명씩 이야기하자.”
중립성은 모든 책임을 동일하게 나누는 태도가 아닙니다. 확인 전에는 단정하지 않되, 확인된 해로운 행동에는 분명한 경계를 세우는 것입니다. “화가 난 감정은 이해하지만 밀치는 행동은 허용되지 않아”처럼 감정과 행동을 분리해서 말하세요.
중재가 적절하지 않을 때는 보호 절차로 전환합니다
반복성이나 힘의 불균형이 의심되고, 학생이 상대를 두려워하거나 보복을 걱정하며, 폭력·협박·성적 또는 차별적 괴롭힘이 포함됐다면 공동 중재를 멈춥니다. 피해를 호소한 학생의 안전과 개인정보를 우선하고 학교 규정에 따른 보고·기록·보호자 및 담당자 연계를 진행하세요. 상대 학생과 직접 말하라고 요구하거나 악수와 화해 사진으로 사건을 마무리해서는 안 됩니다.
학생의 나이, 언어 이해, 정서 상태에 따라 질문 수와 난이도도 조정해야 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학생에게는 사건 순서 그림, 감정 낱말 카드, 짧은 선택지를 제공하되 답을 유도하지 않습니다. 함께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각자 신뢰하는 어른과 개별적으로 회복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중재 후 재발을 막는 후속 점검
대화가 끝났다고 갈등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가능하면 24시간 이내에 각 학생을 따로 만나 “어제 정한 약속이 지켜졌니?”, “불안하거나 불편한 일이 더 있었니?”를 짧게 확인하세요. 일주일 뒤에는 반복 행동, 보복, 회피, 수업 참여의 변화와 추가 지원 필요를 살핍니다. 확인 일정은 학생에게 미리 알려 감시나 추궁이 아니라 안전과 합의 이행을 위한 절차임을 설명합니다.
개인의 노력만 확인하지 말고 환경도 점검하세요. 자리나 모둠 배치가 갈등을 키우는지, 쉬는 시간에 사각지대가 있는지, 단체 채팅방이나 놀이 규칙 때문에 특정 학생이 반복적으로 배제되는지 살펴봅니다. 필요하면 보호자, 상담교사, 관리자, 학교 지원팀과 연결하고 의사소통·감정 조절·도움 요청 기술을 연습할 기회를 마련하세요. 학급회의에서는 실제 학생을 지목하지 않고 별명, 물건 사용, 온라인 대화 규칙을 함께 정할 수 있습니다.
교사를 위한 빠른 체크리스트
- 지금 모든 학생이 신체적·정서적으로 안전한가?
- 일회성 갈등인가, 반복성과 힘의 불균형이 있는 괴롭힘인가?
- 각 학생을 분리해 충분히 들었고 사실과 추측을 구분했는가?
- 사건·감정·영향·필요·다음 행동을 차례로 확인했는가?
- 두 학생 모두 공동 대화에 동의하고 참여할 준비가 되었는가?
- 합의가 관찰 가능한 행동과 기한으로 작성되었는가?
- 24시간 이내와 일주일 뒤 점검 방법을 정했는가?
학생 간 갈등 중재 대화법의 목표는 모든 다툼을 그 자리에서 없애거나 억지로 친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교사가 먼저 안전을 지키고, 어느 한쪽을 미리 단정하지 않은 채 공정하게 들으며, 학생이 구체적인 행동을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에 기록과 후속 점검이 이어질 때 학생 간 다툼 해결은 일회성 화해를 넘어 다시 도움을 요청하고 관계를 조정하는 배움이 됩니다.